들어가며

여성단체 너머서가 성평등 이미지를 개발하게된 이유

“우리도 성평등 이미지를 써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는데, 막상 쓰려면 이미지가 없어요"

2021년 서대문구 공공홍보물 성인지 모니터링을 하고 나서, 홍보담당 주무관님과 간담회를 하던 중 그 말씀이 귀에 꽂혔습니다. 대체로 공공홍보물 상에서 가사와 돌봄의 제공자를 여성으로 표현 하기에 성 역할 고정화 우려가 있으니 이미지를 수정해달라고 요청했을 때 주문관님의 답변이었 습니다. 주무관님도 그런 상황을 인지하고 남성으로 표현된 가사 이미지를 구해보려 노력했으나 찾기 어려웠다는 것입니다.
그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공공홍보물 속에 여전히 성차별적 표현 특히 성별 고정관념이 반영된 이미지가 많은 이유는 실무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이미지가 그만큼 부족한 이유도 크게 한몫을 하 고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다양한 이미지, 성평등적 이미지를 많이 개발해서 홍보담당자들에게 제 공한다면 조금이나마 이러한 어려움을 넘어설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이유로 <너머서>는 성평등 이미지를 개발하고 보급하는 사업을 한국여성재단의 후원으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막상 디자인 개발을 하려고 하니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우선, 디자인 개발을 위해 일선에 있는 공무원, 공공기관, 공익단체 담당자들에게 성평등한 이미지 이미지를 제작해주겠다고 제안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렇다 할 요청 사항들이 별로 없었습니다. 당 장 홍보물을 만드는 것이 아니면 이런 저런 필요가 잘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죠.
그래서 일단 성평등한 이미지의 실제 예제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한 이미지를 찾는 데 도움이 되겠 다는 판단으로, 성인지 감수성이 높거나 성평등 활동을 하고 있는 디자이너들을 모아 역량강화 교 육을 진행한 후 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였습니다.
올해와 작년 공공홍보물 성인지 모니터링을 한 결과에 따르면, 요즘은 공공홍보물도 많이 개선이 되어 과도하게 성폭력적, 성차별적인 표현이나 이미지가 많다기보다는 성 역할 고정화된 표현이 많았습니다. 4인가족 중심, 정상가족 중심의 표현도 많구요. 이러한 표현을 넘어서 성 역할 고정화 된 이미지를 탈피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가족을 표현하는 데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작업하면서 다양한 표현, 성별 고정관념화된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우리의 시도가 다소 작위적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성별 고정 관념화된 이미지를 탈피한다는 것이 진정 무엇일까 혼란스럽 기도 하였습니다. 치마 입은 사람을 여성이라고 보는 것도 하나의 고정관념 아닌가 하는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기도 하였습니다.
개발을 하면서 디자이너들과 개발방향을 합의한 것은, 이미지 표현에 있어 너무 깊게 들어가기보 다는 지금의 대다수 홍보물들이 일차원적으로 남성, 여성을 표현하고 거기에 고정관념화 된 표현 을 담고 있으니 일단 이런 상황만이라도 탈피해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처음 작업을 해본 것이라서 아쉽기도 하고 부족한 점도 많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매년 업그레이드 해서 일선 담당자에게 필요한 이미지를 더 많이 공급하면 좋겠습니다.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개발한 성평등한 이미지가 널리 쓰여 성평등한 세상 을 만들어가는 데에 보탬이 되기를 바랍니다.
- 너머서